제4장 - 남은 것은 오직 침묵뿐

 


그날 이후, 어떤 것이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사라진 것도 아니었고, 시작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흐름이 바뀌었을 뿐이다.


현아는 여전히 매일 아침 눈을 떴다.
예전처럼 일어났고,
예전처럼 준비했고,
예전처럼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웃을 수 있었고,
여전히 농담을 던질 수 있었고,
여전히 “괜찮은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하나의 방식이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한, 가장 익숙한 형태의 방식.


문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느낀 것을 설명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아는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쳐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잘 지내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녀는 무너지지 않았으니까.
사라지지도 않았으니까.

그저… 조금 조용해졌을 뿐이다.


밤이 되면, 모든 것이 더 선명해졌다.

소음이 사라지고,
타인의 시선도 사라지고,
세상이 멈춘 것 같은 시간 속에서—

그제야 그녀는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곳에는 더 이상 큰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았다.

슬픔도, 분노도, 그리움도
예전처럼 날카롭지 않았다.

그저 희미하게 남은 것들만 있었다.


가끔 현아는 창가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찾으려는 행동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아무것도 찾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현아는 자신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다.
더 이상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았다.
더 이상 무언가를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흘러가는 것들을 그냥 흘러가게 두었다.


그게 이상하게도,
더 안전하게 느껴졌다.


시간은 계속 흘렀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갔다.

세상은 그대로였지만,
현아는 어딘가 멈춰 있는 듯한 기분 속에 있었다.


가끔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은 그리움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장면 같았다.

다르사이의 얼굴,
짧은 대화,
옷깃을 살짝 잡아당기던 순간.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그것을 붙잡지 않았다.
밀어내지도 않았다.

그저—
지나가게 두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현아는 깨달았다.

모든 것이 반드시 정리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모든 감정이 결론을 가질 필요도 없다는 것을.


어떤 것들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채로도 사람을 바꾼다.


그리고 현아는 이미 바뀌어 있었다.

더 강해진 것도 아니고,
더 행복해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조금 더 조용한 사람으로.
조금 더 조심스러운 사람으로.
그리고 조금 더 멀어진 사람으로.


하지만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아주 작은 것이 남아 있었다.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희미한 것.


희망.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도 아니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아니었다.

그저—

언젠가 다시
아무 이유 없이 숨이 편해지는 순간이 오기를 바라는 정도.


그리고 그 정도면,
지금의 현아에게는 충분했다.


그녀는 더 이상 달리지 않았다.
더 이상 찾지 않았다.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그저—

살아 있었다.

조용히.
천천히.
그대로.


그리고 어쩌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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