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 낮에 무너진 집
모든 것은
아무 일도 없던 날에 시작되었다. — 아무 일도 없던 오후에, 모든 게 무너졌다
겉으로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정말 괜찮은 건 아니다.
그날 오후는 평범해야 했다.
늘 그렇듯 햇빛이 창문으로 들어왔고, 집 안은 밝았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날이었다.
그런데 그날—
한낮에, 모든 게 무너졌다.
현아는 아직 초등학생이었다.
교복도 갈아입지 못한 채, 가방은 그대로 의자 위에 놓여 있었다.
펼쳐야 할 책들은… 손도 대지 못했다.
갑자기—
소리가 터졌다.
크게.
날카롭게.
접시가 깨지고,
문이 세게 닫히고,
거친 말들이 쉴 틈 없이 오갔다.
현아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몸이 굳은 채로, 손끝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건, 어린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이혼 통지서.”
그 말이 또렷하게 들렸다.
무언가가—
가슴 한가운데로 떨어진 것 같았다.
생각할 틈도 없이,
언니와 오빠가 현아를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여동생은 이미 울고 있었고, 문은 단단히 닫혔다.
하지만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안으로 스며들었다.
작은 방 안,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모여 있었다.
아무도 울음을 멈추게 하지 못했고,
아무도 이 상황을 설명해 주지 않았다.
현아는 울지 않았다.
그저—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게,
갑자기 멈춰버리길 바라면서.
하지만—
멈추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얼마 후,
엄마는 떠났다.
고향으로.
언니와 오빠를 데리고.
집은 달라져 있었다.
더 넓고, 더 조용했고,
이상할 만큼 텅 비어 있었다.
남겨진 건—
현아와 여동생, 그리고 아빠뿐이었다.
엄마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가끔은 찾아왔고,
어쩔 땐 잠깐 머물다 가기도 했다.
이웃을 통해 안부를 전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리움은—
이제 참아야 하는 게 되어버렸다.
그때부터 현아는,
기대하지 않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몇 달이 지나고,
한 여자가 집에 찾아왔다.
사람들은 그녀를
‘멜라티 엄마’라고 불렀다.
그녀는 세 아이와 함께였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 집 안으로 들어왔다.
현아는 아이들과 어울렸다.
웃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마치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마치—
이게 배신이 아닌 것처럼.
현아는 그저 따라갈 뿐이었다.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해 주지 않았으니까.
어느 날 밤—
엄마가 다시 찾아왔다.
아빠는 없었다.
그곳에는—
현아와 엄마, 그리고 그 여자만 있었다.
비명도 없었다.
울음도 없었다.
분노도 없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아빠랑 있고 싶으면… 데려가.”
엄마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너무 차분해서, 오히려 낯설었다.
“내가… 결혼까지 시켜줄게.”
현아는 그 옆에 서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모든 걸 듣고 있었다.
“난 갈게.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
그 말은—
조용히 떨어졌다.
그날 밤에는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없었다.
그저—
지쳐버린 사람들만 남아 있었다.
그 이후로도,
현아의 부모는 완전히 헤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함께였고,
같은 집에 살았다.
하지만—
그들 사이의 무언가는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현아는 자랐고,
고등학생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집 안에는 다시 웃음이 생겼다.
식탁 위의 대화,
가벼운 농담,
어색하지만 이어지는 다정함.
현아도 함께 웃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믿지 않았다.
이게 오래 가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다시 시작됐다.
다툼이.
예전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더 조용했고,
더 차가웠고,
그래서 더 아팠다.
고함 대신—
침묵이 남았다.
길고—
숨이 막히는 침묵.
결국,
엄마는 다시 떠났다.
이번에도 고향으로.
하지만 이번에는—
현아는 울지 않았다.
붙잡지도 않았고,
묻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떠난 사람이—
반드시 돌아오는 건 아니라는 걸.
그때부터—
현아는 집 안에서
‘집’을 찾는 걸 그만두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날 이후로,
현아는 조금씩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Komentar
Posting Komen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