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 언제나 남아 있는 이름


모든 감정이 명확하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감정은 조용히 자라나고, 결국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남아버린다.

현아의 삶 속에서 스쳐 지나간 많은 이름들 사이로,
유독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다르사이.

가까운 사람은 아니었다.
자주 마주치는 사이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늘 같은 자리 어딘가에 있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소란 속에서.

현아는 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긴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서로를 찾아간 적도 없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를 아는 듯 모르는 듯한 거리였다.
그리고 그 거리감은 이상하게도 자연스러웠다.

다르사이는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조용했고, 어딘가 지쳐 보였다.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고,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떠났다.
마치 다른 세계가 그를 따로 기다리고 있는 사람처럼.

그런 그의 모습을 현아는 특별한 이유 없이 자주 바라보곤 했다.
습관처럼, 의식하지 못한 시선으로.

그들이 가까웠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현아는 한 가지는 알고 있었다.
문제가 생기는 순간, 그는 항상 먼저 움직였다는 것.

누군가 밀려나거나,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다르사이는 말보다 먼저 행동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돌아갔다.

그 거리와 침묵이 오히려 그를 더 오래 남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아주 작은 사건이 생겼다.
누구에게도 특별할 것 없는 순간이었지만
현아에게는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날도 사람은 많았다.
소음도 많았고, 웃음도 섞여 있었다.

현아는 무심코 다르사이의 어깨를 건드렸다.

“아…”

다르사이는 짧게 표정을 찡그렸다.

“왜?”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옷깃을 살짝 당겼다.

그리고 드러난 곳에는 상처가 있었다.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선명한 흔적이었다.

현아는 순간 말을 잃었다.
놀라서가 아니라 이상하게 숨이 막혀서였다.

“그거… 왜 그런 거야?”
현아가 조용히 물었다.

“림프절 때문이라고 하더라.”
다르사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현아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아팠겠네…”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대화는 짧았다.
특별한 의미도, 깊은 감정도 없었다.
어쩌면 그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현아에게는 달랐다.
그 순간만으로도 오래 잠겨 있던 감각 하나가 아주 조금 깨어났다.

상처 때문이 아니라,
처음으로 진짜로 말을 나눴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르사이는 또 떠났다.
늘 그렇듯 빠르게, 아무 설명 없이.

현아는 다시 사람들 속으로 돌아갔다.
웃음과 소음이 이어지는 자리로.

하지만 그날 이후 무언가가 조금 달라졌다.
같은 소리 속에서도 그녀는 조금 더 조용해져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하지도 않았던 감정,
그리고 어쩌면 끝낼 수도 없는 감정.

시간은 흘렀다.
만남은 여전히 드물었고, 대화는 여전히 짧았다.
삶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계속되었다.

그들은 여전히 가까워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완전히 남이 되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사이에서
현아는 침묵을 선택했다.

이미 각자의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야 유지되는 거리라는 것도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아는 아직 몰랐다.
침묵 속에 남겨둔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오래 남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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