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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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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은 계속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보였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었다. 그중 하나가 다르사이였다. 현아의 일상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사람들 사이에 섞이고, 그리고 다시 조용히 돌아오는 반복. 겉으로 보면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웃을 수 있었고, 여전히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조용해졌고, 조금 더 오래 생각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다르사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가까워진 것도 아니었고, 완전히 멀어진 것도 아니었다. 가끔 같은 공간에 나타났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그런 반복은 이제 낯설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조용하고, 느긋하고, 필요한 말만 하는 사람.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가 다치면 가장 먼저 움직였다. 말없이. 주저 없이. 그 모습은 그대로였고, 그래서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현아는 그를 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부분까지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대로 두는 편이 더 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 것과 아무 감정이 없는 것은 달랐다. 어느 날 밤이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고, 소음도 여전했다. 그 속에서 현아는 무심코 그의 어깨를 가볍게 건드렸다. “아…” 다르사이는 짧게 반응했다. 현아의 시선이 멈췄다. “상처 있네.” 그곳에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었다. “그건 왜 생긴 거야?” “림프절 때문이래.” 짧은 대답. 그 이상은 없었다. 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 물을 이유도, 더 알아야 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상처 때문이 아니었다. 아주 작게 스쳐 지나간 감정 때문이었다. 걱정. 그리고 그보다 더 희미한 것. 그 감정은 분명 존재했지만, 붙잡을 만큼 또렷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현아는 그것을 그대로 두었다. 그 후로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둘 사이의 거리도, 만...

제4장 - 남은 것은 오직 침묵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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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이후, 어떤 것이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사라진 것도 아니었고, 시작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흐름이 바뀌었을 뿐이다. 현아는 여전히 매일 아침 눈을 떴다. 예전처럼 일어났고, 예전처럼 준비했고, 예전처럼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웃을 수 있었고, 여전히 농담을 던질 수 있었고, 여전히 “괜찮은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하나의 방식이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한, 가장 익숙한 형태의 방식. 문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느낀 것을 설명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아는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쳐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잘 지내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녀는 무너지지 않았으니까. 사라지지도 않았으니까. 그저… 조금 조용해졌을 뿐이다. 밤이 되면, 모든 것이 더 선명해졌다. 소음이 사라지고, 타인의 시선도 사라지고, 세상이 멈춘 것 같은 시간 속에서— 그제야 그녀는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곳에는 더 이상 큰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았다. 슬픔도, 분노도, 그리움도 예전처럼 날카롭지 않았다. 그저 희미하게 남은 것들만 있었다. 가끔 현아는 창가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찾으려는 행동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아무것도 찾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현아는 자신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다. 더 이상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았다. 더 이상 무언가를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흘러가는 것들을 그냥 흘러가게 두었다. 그게 이상하게도, 더 안전하게 느껴졌다. 시간은 계속 흘렀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갔다. 세상은 그대로였지만, 현아는 어딘가 멈춰 있는 듯한 기분 속에 ...

제3장 — 언제나 남아 있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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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정이 명확하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감정은 조용히 자라나고, 결국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남아버린다. 현아의 삶 속에서 스쳐 지나간 많은 이름들 사이로, 유독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다르사이. 가까운 사람은 아니었다. 자주 마주치는 사이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늘 같은 자리 어딘가에 있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소란 속에서. 현아는 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긴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서로를 찾아간 적도 없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를 아는 듯 모르는 듯한 거리였다. 그리고 그 거리감은 이상하게도 자연스러웠다. 다르사이는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조용했고, 어딘가 지쳐 보였다.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고,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떠났다. 마치 다른 세계가 그를 따로 기다리고 있는 사람처럼. 그런 그의 모습을 현아는 특별한 이유 없이 자주 바라보곤 했다. 습관처럼, 의식하지 못한 시선으로. 그들이 가까웠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현아는 한 가지는 알고 있었다. 문제가 생기는 순간, 그는 항상 먼저 움직였다는 것. 누군가 밀려나거나,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다르사이는 말보다 먼저 행동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돌아갔다. 그 거리와 침묵이 오히려 그를 더 오래 남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아주 작은 사건이 생겼다. 누구에게도 특별할 것 없는 순간이었지만 현아에게는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날도 사람은 많았다. 소음도 많았고, 웃음도 섞여 있었다. 현아는 무심코 다르사이의 어깨를 건드렸다. “아…” 다르사이는 짧게 표정을 찡그렸다. “왜?”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옷깃을 살짝 당겼다. 그리고 드러난 곳에는 상처가 있었다.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선명한 흔적이었다. 현아는 순간 말을 잃었다. 놀라서가 아니라 이상하게 숨이 막혀서였다. “그거… 왜 그런 거야?” 현아가 조용히 물었다. “림프절 때문이라고 하더라.” 다르사이는 담담하...

제2장 — 다시는 같지 않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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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돌아온 것이… 정말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때로는 돌아온 것은 단지 형태일 뿐—   그 감정은 함께 돌아오지 않는다. 그날 이후,   아무것도 예전과 같지 않았다. 그 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사람들도 그대로였다.   일상은 평소처럼 흘러갔다. 하지만 무언가가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현아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두려운 것도 아니었고,   분명한 슬픔도 아니었다. 그저… 공허했다. 마치 마음속 어딘가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처럼,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시간은 참 빨리 지나간다. 어머니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한때는 따뜻하게 느껴지던 집은   어느새 낯선 공간이 되어 있었다. 현아는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묻지도 않았다.   동생처럼 울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받아들였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가끔씩, 어머니는 집에 들렀다.   마치 잠시 들른 사람처럼. 돌아온 것이 아니라,   머무는 것도 아닌—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현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움은 이상했다.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멀었고,   존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현아는 하나를 배우게 되었다. 기대하지 않은 채,   그리워하는 법을. 그 집 안에서는   모든 것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함께 밥을 먹고,...